後漢書 [책 속의 후한서] 질병(암)으로부터의 자유(건강신문사, 2005) 2010/02/28 13:38 by 마왕

네이버 책 서비스에서 본문을 검색하다 보면 가끔 [후한서] 관련 인용이 있다. 역사 쪽 전문가들이 쓴 책에는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나, 다른 분야 책들의 경우에는 엉뚱하게 인용하거나 잘못 옮기는 경우가 많다. 틈날 때마다 이를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살펴볼 책은 [질병(암)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이다. <건강신문>이라는 신문의 편집부에서 연재물을 편집한 책인 듯한데, 여기에 [후한서]가 인용되어 있어 살펴본다. 질병 치료에 오줌 요법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이와 관련한 역사적 근거를 댈 때 자주 인용되는 듯하다. 

 

『위지(魏志)』 「동이전 파루(東夷傳 把婁)」에 의하면 파루족은 칙간을 방의 복판에 만들어 놓고 그 둘레에 산다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동이전 파루」의 기록에는 “그 나라 사람들은 칙간을 방의 복판에 만들어 이것을 둘러 살기 때문에 불결하고 냄새가 난다” 하였다.


먼저, 『위지(魏志)』 「동이전 파루(東夷傳 把婁)」라 해서 원문을 찾아보았는데, 이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파루(把婁)가 아니라 읍루(挹婁)였다. 마찬가지로 『후한서(後漢書)』 「동이전 파루」 역시 동이열전에 속한 「읍루전(挹婁傳)」이었다. 아마 한자 인용과 읽기를 잘못해서 생긴 잘못일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원문은 다음과 같다.

其人臭穢不絜, 作廁於中, 圜之而居.


이를 거칠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그 백성들은 냄새나고 더러우며 불결했는데, 뒷간을 한가운데 만들어 두고 그것을 빙 둘러 가면서 살았다.


앞에서 인용한 번역문은 원문과 비교해 보면 첫 번째 부분을 이루는 절 전체를 뒤쪽으로 보내면서 도치시키면서 두 번째 부분과 세 번째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후 세 절을 한 문장으로 묶어 원인-결과 관계로 해석했다. 물론 이렇게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조금 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두 번째 부분과 세 번째 부분을 하나로 묶어 해석하는 것은 옳지만 첫 번째 부분은 독립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이유가 없는 한, 원문 순서대로 옮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作廁於中"을 "칙간을 방의 복판에 만들어"라고 옮긴 것이다. 원문 어디에도 "방의'에 해당하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말을 덧넣어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짧은 식견으로는 이는 고고학적으로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분하게 원문을 넘어서지 않고 옮기는 게 옳을 것이다. 첨언하자만 "칙간"은 "측간"의 잘못이다.

문헌을 인용할 때에는 늘 정확하게, 원문을 번역할 때에는 넘치지 않게, 이는 학문의 기본이자 예절일 것이다.